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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장정일 (지은이) | 범우사 | 1994

미리 말하자면, 나는 장정일의 다른 책들, 그러니까 그의 시나 소설은 읽어본적이 없다.
워낙이 문학을 잘 안읽기도 하거니와, 왠지 장정일 소설의 설정들은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이 독서일기들은 꽤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마도 거침없이 독설을 풀어대는 것이 취향에 맞았나보다. 간단히 날짜만 적고 아무 형식없이 써내려갔는데, 날짜 간격을 보면, 이사람은 정말 밥먹고 책만 읽어대는 듯 하다. (소설은 언제 쓰남? ;) 짧은건 한두줄 밖에 안되는 것도 있고, 긴것은 몇페이지씩이다. 맘에 안드는 책에 대한 비판은 가차없다. (심지어 쓰레기라고 단언하기 까지 한다!) 아마 동료인 작가들에게 고운 소린 못듣겠군...하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신문 북섹션에 시인 남진우의 비아냥거리는 평이 실린적이 있었다. 남진우는 장정일이 책속에 자주 쓰는 '허섭스레기'라는 말을 고대로 돌려주었다. ^^; (역시 이것도 재미있었는지 잘라서 책갈피에 끼워놨었다는...) 어쨌든 아부성 호평 같은게 없다는 것이 어필했는지, 아니면 경쾌한 문장이 매력적이었는지, 의외로 꽤나 잘 팔리는 책이었던 모양이다. 무려 5권까지 나왔던걸 보니... 나는 3권쯤에서 같은 포맷에도 질려서 그만 읽게 되었는데, 슬슬 책도 매너리즘에 빠지려는 조짐이 보였다. 3권쯤 가서는 본인의 소설에 대한 변명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아마 그 때가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포르노성 시비로 법정에 오르내리던 때던가?)

사실 이사람의 독서취향은 상당히 다양하지만, 역시 본인이 소설가여서인지 문학서적이 많고, 내가 선택하는 책과 그다지 겹치는 부분도 없다. 그래서 이사람의 비평을 내 생각과 비교해 볼수 있었던 책들은 몇개 안되었지만, 읽지 않은(그래서 모르는) 책들의 분석을 읽는것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과연 괜히 날리는 작가였던게 아니다.

이책의 정말 유익했던 점은 내가 모르던 흥미로운 다른 책들의 존재를 알게 해준 것이다. (<무림백과>라든가, <상황윤리> 같은 건 이 책을 보지 않았으면 있는지도 몰랐을 책들...) 장정일도 말했다 시피 '한 권의 책이 그 책 속에서 또 다른 좋은 책을 소개하지 않는 책은 닫힌 책'(1권 70p.)이고, 그런 의미에서 보면 독서일기는 내게 아주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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